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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EU의 적극적 통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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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핵심 원자재 정책 추진 동향
EU가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통상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급원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는 EU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공급 구조를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4년부터 핵심 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 Act)을 시행 중이다. CRMA는 핵심 원자재와 전략 원자재를 지정하고, 2030년까지 핵심 원자재의 역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 조달 및 역외 단일 국가로부터의 수입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전략 프로젝트 지정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관 투자 촉진을 지원하는 등 공급망 전반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회계감사원, EU의 현 원자재 정책의 한계 지적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회계감사원(ECA)은 EU의 원자재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2026년 2월 2일에 발표된 보고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원자재 정책의 한계(Critical raw materials for the energy transition, Not a rock-solid policy)>에 따르면 CRMA가 핵심 원자재로 지정한 33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역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단일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핵심 원자재 중에서도 가공 단계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65%를 넘는 품목이 다수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급망의 취약성이 여전하다며 추가적인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참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EU의 핵심 원자재>
주: 수입의존도는 EU 역외에서 공급되는 핵심 원자재의 비중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외부 공급 차질에 대한 취약성이 큼
[자료: 유럽 회계 감사원 보고서(2026), EU 집행위원회 자료(2016-2020) 기반]
이에 ECA는 CRMA가 원자재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정책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향후 원자재 정책에서 △핵심 원자재 관련 데이터 정교화, △원자재 파트너십 및 무역협정이 실제 조달에 미치는 영향 분석, △원자재 재활용 확대 및 대체재 개발, △민간 투자 유도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광물 장관 회의와 미국과의 핵심 광물 협정 체결 전망
EU는 정책적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핵심 원자재 수급 다각화를 위한 역외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2월 4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심 광물 장관 회의에서 EU는 미국, 일본 등과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43개국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 영국, UAE 등 11개국은 미국과 핵심 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장관 회의에서 동맹국 간 '무역 우대 블록' 형성을 언급하며, 조정 관세를 활용한 '가격 하한제' 도입 등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했다. EU는 회의 후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과 향후 30일 이내 MOU를 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원자재 채굴·정제·가공·재활용 프로젝트를 공동 발굴하고 공급망 교란에 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 체계를 갖추는 등 협력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이번 회의에 앞서 1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발표하며 중국의 글로벌 핵심 광물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구상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수출입은행의 대규모 대출과 민간 자본을 바탕으로, 향후 핵심 광물의 전략적 비축과 역내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역협정을 통한 EU의 지속가능한 원자재 공급망 확보 전략
EU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자 주요 광물 보유국인 호주와의 자유 무역 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EU-호주 FTA 협상은 2023년 농업 시장 개방 문제로 협상이 중단됐으나, 2025년 협상이 재개된 이후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서 들어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26년 2월 12-13일 브뤼셀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 후 양측은 공동 성명을 통해 다양한 현안에서 입장을 조율했으며, 이견을 좁힐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반기 중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호주를 방문하여 안보 및 국방 협력 협정을 맺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때까지 양측은 FTA 협상 타결을 위해 농산물 시장 접근, 특산품에 대한 지리적 표시제도(GI), 자동차 관세 등 민감 사안에 대한 조율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EU는 원자재와 관련하여 호주에 이중 가격제를 완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자국 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 원자재에 대해 내수용과 수출용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 가격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만약 FTA 체결을 통해 EU 수출에 대한 이중 가격제 적용이 완화될 경우, 세계 최대의 호주 리튬 매장량에 대한 유럽 기업의 접근권이 크게 향상되어, 호주 정제 시설에 대한 유럽 기업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